본문) 출 12:1-14, 고전 5:6-8, 요 6:48-59
1) 추석은 감사절입니다
내일이 추석입니다. 추석은 우리 전래(傳來)의 감사절입니다.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지금까지 붙드시고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우리를 낳으시고 기르신 부모님들과 웃어른들에게 감사드리고, 우리에게 사랑을 베푸신 이웃들에게 감사하며 감사가 넘쳐나는 추석 명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또 명절이 되었어도 찾아주는 이 없이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는 분들을 챙기는 명절이 되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오늘은 세계 모든 교회들이 함께 지키는 ‘세계성만찬주일’이기도합니다.
세계성만찬 주일은 1982년 남미의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모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는 개신교와 가톨릭교회가 함께 뜻을 모아 성만찬 예식서를 출판하고, 10월 첫 주일을 세계성만찬주일로 정하여 지키고,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교파의 장벽을 넘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성만찬 예식을 행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세 본문은 세계성만찬주일에 맞추어진 본문입니다.
2) 유월절을 지키며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라
구약 출애굽기 본문은 이스라엘이 애굽을 탈출하기 직전 애굽에 내려질 열 번째 재앙을 앞두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세를 통해서 주신 유월절(逾越節)을 지키라는 명령입니다.
일 년 된 수컷 어린양이나 염소를 잡아 그 피를 자신들의 집 문설주와 인방(引枋)에 발라서 이스라엘 사람의 집인 것을 표시하여 처음 태어난 것들을 치는 재앙을 피하고 그 잡은 고기와 무교병(無酵餠: Matzot-마초트) 그리고 애굽 노예살이의 고초를 기억하는 쓴 나물을 먹으며 유월절을 지키라는 명령입니다. 무교병을 먹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출애굽이 급작스러운 일이어서 빵을 발효시켜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부풀리지 않은 채로 만들어진 딱딱한 빵을 먹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유월절을 영원한 규례로 삼아 지키면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해방과 구원의 은혜를 잊지 않도록 하라고 하셨습니다. 유월절이라는 말은 하나님께서 애굽에 재앙을 내리실 때에 집 문설주에 발라진 어린양의 피를 볼 때에 그 집은 이스라엘 사람의 집인 것을 확인하고 그 재앙을 겪지 않도록 넘어가신다는 약속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유월이라는 말은 ‘넘을 유(逾)’, ‘넘을 월(越)’로 영어로 하면 패스- 오버(pass-over)입니다. 하나님의 재앙이 그냥 통과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주신 이 유월절 명령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며 지킬 가장 소중한 명령으로 주어졌습니다.
오늘 본문 14절에서는 이 유월절을 통해서 이날을 기억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날을 잊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가장 큰 명절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 명령을 지키며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며, 자손 대대로 이 절기를 지켜갑니다.
유월절 명절의 가장 중요한 뜻은 은혜를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제 40년의 치욕스러운 삶을 살고서도 그날의 역사를 망각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왜곡하여 일본제국주의를 미화(美化)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유월절 명령을 보면서 우리도 부끄러운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우리나라를 반듯하게 세워서 주변 강대국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자주 국가를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후세들에게 이 쓰라린 기억과 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한 선열들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도록 가르쳐야 하겠습니다.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유월절 명령을 우리 역사와도 연결시키는 재해석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우리를 구원하신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기억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3) 누룩 없는 순전함과 진실함의 떡
서신서 본문 고린도전서 5장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순결함을 지키도록 하라는 권면입니다.
고린도교회 안에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어떤 교인이 자기 아버지의 아내 곧 계모를 취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런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 있었음에도 고린도교회는 그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고 이 사실이 바울 사도에게 전해졌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바울 사도는 그 고린도교회의 도덕적 무감각함에 놀라서 그럴 수 없음을 깨닫도록 권고한 말씀입니다.
바울 사도는 이 부정(不淨)한 행동을 묵은 누룩으로 비유하여 설명합니다. 이처럼 부도덕하고 추한 행동은 비록 작은 것이라도 “누룩이 온 덩어리에 퍼지는 것”과 같이 교회를 크게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고 강조합니다.(7절) 그러면서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느니라.”고 하여 부정하고 추한 것이 섞여 있지 않은 온전하시고 흠이 없으신 순전한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들의 구원을 위해 희생되셨음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누룩이 없는 다시 말하면 부풀려짐이 없는 순전하고 진실함으로 살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이 말씀 앞에서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부분을 부풀리기 위해서 가식적이고 헛된 것들로 포장을 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한국교회가 정말 하나님 앞에서 순전하고 진실한지 성찰해야 합니다.
최근 내란 사태를 겪으며 우리 한국교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습니다. 우리 교단이 군사독재에 맞서서 싸우고 핍박받을 때 우리더러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던 교회들이 오히려 신천지, 통일교 등과 작당한 정치인들을 지원하며 ‘정치놀음’에 동원된 일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바로 그들이 누룩이 섞인 빵이 된 것입니다. 오늘 성경은 그런 우리 한국교회를 향해 부정한 누룩, 부풀려져 진실함이 사라진 누룩을 제거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순전함으로, 진실함으로 섬겨야 함을 말해줍니다. 탐욕과 불의의 누룩을 제거합시다. 부풀려지지 않은 순수함으로 하나님 앞에 서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4) 나를 먹으라
복음서 분문은 오병이어의 기적 사건 이후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며 “자기가 하늘에서 내려온 떡이라”(6:41)고 하시자 사람들이 “‘이는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니냐”(42절)라고 반문한데 대한 대답으로 주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생명의 떡”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으나 죽었거니와 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떡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죽지 아니하게 하는 것이니라.”고 하시고(50절), 이어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내가 줄 떡은 곧 세상의 생명을 위한 내 살이니라.”(51절)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이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십자가 죽으심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말씀을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요셉의 아들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늘에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알 수 없었습니다. 이를 잘 아신 예수님은 저들에게 더 엄청난 말씀을 던지십니다.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53절)라고 하십니다. 예수의 살을 먹고 예수의 피를 마신 자들만 영생을 얻는다는 이 말씀은 성령의 비춰주심이 없이는 받아드릴 수 없는 말씀입니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이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고 ‘아멘’으로 받아드릴 수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도 오늘 이 말씀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분들은 성령의 조명(照明)을 통해 깨달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시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하실 때 이미 자신은 십자가 위에서 죽고 피 흘리심으로 유월절 어린 양이 되셔서 예수의 피를 믿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주실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내가 죽을 테니 너희는 나의 살을 먹고, 나의 피를 마셔라. 그래야 너희가 영생한다’
하신 것입니다. 엄청난 말씀입니다. ‘나를 먹으라. 그래야 산다’ 이 말씀이 예수 복음의 진수(眞髓)입니다.
우리가 이 말씀을 통해서 성만찬이 갖는 의미를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성만찬을 통해 우리가 단순히 빵 한 조각, 포도주 한 잔을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생명을 받는 것이고 이는 구약의 유월절 빛에서 본다면 자신의 집을 살리는 어린 양의 피를 바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은 자신이 스스로 유월절 어린 양이 되셨습니다. 그 어린 양의 피 흘림으로 온 가족들이 다 살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죽으시고 우리는 예수로 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기독교 복음의 핵심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날이 바로 유월절 양을 잡는 날이었다는 것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고 다 하나님의 거룩한 구원의 계획 속에서 된 것이라는 점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먹으라. 내가 너희들의 밥이 되어주마.’
오늘 우리 사는 세상에서는 ‘네가 내 밥이 되어라. 내가 너를 먹으리라’하는 힘을 가진 강자(强者)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먹기 위한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을 하고 있는 땅의 사람들에게 하늘에서 오신 예수는 ‘나를 먹으라. 내가 네 밥이 되어 줄게!’라고 세상의 판을 뒤집어 엎으셨습니다. 저는 이 예수의 십자가 정신만이 지금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을 하면서 눈이 뒤집힌 이 세상 사람들을 구원할 영원한 진리임을 확신합니다.
5) 맺음
세계성만찬주일입니다. 우리는 단순하게 그냥 단순하게 빵을 먹고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의 생명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예수처럼 죽는 것입니다. 예수의 살을 먹고 예수의 피를 마신 우리 안에는 이제 예수가 삽니다. 예수의 삶이 우리를 통해서 재현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이제 예수 부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