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신 30:1-5, 골 1:3-14, 눅 12:22-34
1.
“생각을 심으면 행동을 거두고, 행동을 심으면 습관을 거두고, 습관을 심으면 성품을 거두고, 성품을 심으면 운명을 거둔다”
누가 한 말인지 알아보려는 추적 끝에 “히포의 어거스틴”까지 갔지만 그도 어디서 인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인간들이 긴 역사 속에서 무수히 확인한(confirm) 인생 규범입니다.
연쇄적인 이러한 인과 관계가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순조롭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이 인과 관계 주장을 폐기하지 않습니다. 개연성이 높은, 상식(常識)과 같은 인생 규범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에서도 이러한 정당성을 지닌 인과 관계가 있는데요. 오늘 세 본문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2.
(1) 소망을 심으면, 믿음과 사랑을 거둡니다.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너희의 믿음과 모든 성도에 대한 사랑을 들었음이요 /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쌓아 둔 소망으로 말미암음이니 곧 너희가 전에 복음 진리의 말씀을 들은 것이라 (골 1:5-6)
“소망을 심으면 믿음과 사랑을 거둔다”는 말이 마음에 좀 걸리기는 합니다. 믿음을 소망의 결과로 주장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믿음에 우선성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말미암음이니’에 해당하는 전치사 ‘디아’가 이끄는 구절이 ‘감사하노라’에 연결된다고 해석하는 입장이 있습니다. “골로새 교인들의 믿음과 사랑을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품고 있는 소망 때문에 감사한다”라는 것이지요. 이 입장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는 “믿음-사랑-소망”이 갖는 다양한 관계와 맥락을 하나로 축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믿음의 우선성만 생각한다면, “이 세 가지 중에서 사랑이 제일”이라는 고린도전서 13장 말씀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늘 골로새서에서 믿음은 믿음 자체가 아니라 “믿음을 견지하는 힘”, 사랑은 “사랑을 실천하는 힘”에 가깝습니다. 신앙생활을 해나갈 때 그 힘을 “하늘에 쌓아 둔 소망”에서 공급받는다는 말씀입니다.
‘쌓아 둔’이라는 표현을 “적립(積立)해 둔”으로 바꾸면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그 의미가 생생히 다가옵니다. 골로새 교인들이 예수내구주 믿음을 지키면서 가꾸고 그리고 교인들에게 사랑을 베풀 때마다 주님께 적립되는 복을 생각하면서(소망하면서) 힘을 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망이 신앙생활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히브리서 11장 6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2) 순종을 심으면, 회복을 거둡니다.
너와 네 자손이 네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와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한 것을 온전히 따라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마음을 돌이키시고 너를 긍휼히 여기사 포로에서 돌아오게 하시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흩으신 그 모든 백성 중에서 너를 모으시리니 (신 30:2-3)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께 징계를 받았을 때 회복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말씀인데요.
행위와 관련된 “실행 추리”(practical reasoning) 형식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 주님의 말씀에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순종하면, 주님이 회복시켜 주신다. B. 회복되기를 원하지 않느냐! [결론] 그러니 주님의 말씀에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순종하여라”.
A에 인과 관계가 들어있는 진술이 나옵니다- “순종을 심으면 회복을 거둔다”. 이렇게 표현하니 이스라엘 민족을 위한 모세의 간절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모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어리석음도 아른거리고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 당부를 소홀히 하는 이유는 그들이 A에 대한 믿음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순종해도 회복이 될까’하는 의심을 가졌을 겁니다. 그래서 그다음 말씀에서는 A에 대한 이스라엘 민족의 믿음을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둡니다. 회복에 대해 강력한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4~5절 새한글성경).
그대 가운데 쫓겨난 사람이 하늘 끝에 가 있더라도, 거기서부터 여호와 그대의 하나님이 그대를 모아들이실 것입니다. 거기서부터 그대를 데려오실 것입니다. 여호와 그대의 하나님이 그대를 그대의 조상들이 차지했던 그 땅으로 들어오게 하셔서, 그대가 그 땅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분이 그대에게 잘해 주셔서, 그대가 그대의 조상들보다 더 불어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진심으로 회개하고 순종하면 하나님도 돌이키실 것이라는 방침을 건조하게 공포하는 것이 아니라 힘주어 강조하는 이 말씀 속에 하나님의 진심과 약속이 배여 있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삶의 회복을 위해 먼저 신앙생활을 회복하십시오.
(3) 하나님 나라를 심으면, 현실 문제 해결을 거둡니다.
다만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런 것들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누가복음 12:31)
현실 문제 해결이 하나님 나라(통치)를 추구하는 동기(動機)가 될 수 있는 말이라서 뭔가 잘못된 원리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명시적으로 이런 것들을 더하시겠다고 하셨을뿐더러 “염려하지 말라”는 당부 속에서는 현실 문제를 해결해 주시겠다는 함의가 들어있습니다. 저희 할머니의 신앙생활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병에 꺼져가는 유복자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예수 믿기로 결단하셨지요. 그렇지만 할머니의 신앙은 이 수준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아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를 원하셨지요. 대부분 우리의 신앙은 이렇게 성숙해지기 마련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 원리를 제자들의 의(衣)와 식(食) 다시 말해서 입고 먹는 것을 책임져주시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으로 해석하여 결과적으로 예수님의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하지만, 이 정도의 일을 뒷받침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거창한 하나님 성품을 근거로 제시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성도들이라면 이 인과 관계를 원칙적으로 믿고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이 원리가 기계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ATM(직역: 자동 은행원 기계)처럼 입력하면 출력하는 식이 아니고 주님께서 더 많은 것을 고려하여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솔로몬에게서 나타납니다. 솔로몬이 자신에게 주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듣는 마음”을 구하였을 때 하나님께서는 현실적인 복도 베풀어주셨습니다 - “내가 또 네가 구하지 아니한 부귀와 영광도 네게 주노니”(열왕기상 3:13a). 그러나 어떻게 되었습니까? 솔로몬에게 이 현실적 복(福)은 독(毒)이 되었습니다. 솔로몬의 잘못입니다. 현실 문제 해결이 가져오는 이러한 부작용을 경계하기 전, 우리는 기도 단계에서 우리보다 더 깊이 더 넓게 더 멀리 보시면서 우리를 돌보시는 하나님 재량권을 인정해 드려야 합니다.
둘째, 이 원리가 가져오는 의외의 결과를 알고 계셔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 하나님의 통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현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해소>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필립 얀시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영적으로 성숙해지길 소원하던 어느 구도자가 분주한 일상을 제쳐놓고, 수도원에 들어가서 며칠을 보내기로 했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방까지 안내해 준 수도사가 말했다. “여기 머무는 동안 넉넉한 은혜를 누리시길 빕니다. 뭐든지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그것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경우와 비슷합니다.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은 문제의 해결(solving)과 문제의 해소(dissolving)를 구별합니다. 문제의 해소란 문제가 문제가 안 되는 ‘해결’을 말합니다. 사라지는 것입니다.
오늘 누가복음 말씀에는 엉뚱하게 붙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너희 보물 있는 곳에는 너희 마음도 있으리라”(34절) 구절이 있는 부분입니다. 왜 이렇게 따라다닐까요? 마태복음 6장 19-34절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원리가 나오는 말씀 앞에 비유 3개가 나옵니다 - “하늘에 쌓은 보물”, “몸의 등불”, “하나님과 재물”. 모두 신앙적 가치관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성도가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가 우리가 하나님의 통치를 추구할 때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통치를 먼저 추구하는 신앙적 가치관을 강화할 때 근심과 걱정을 주는 문제들이 해소되는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한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결이든 해소이든 문제 해결을 위해 하나님의 통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성도되시길 소망합니다.
3.
인과 관계를 담고 있는 자연법칙을 알고 활용할 때 자연을 가꿀 수 있듯이, 인생 법칙도 그래야 합니다. 인생의 인과 관계를 담고 있는 오늘 신앙 법칙 세 가지 원리를 마음에 새기고 신앙의 길을 가십시오.
성도 여러분들이 믿음과 사랑을 거두고, 회복을 거두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해소하여 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