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왕하 2:1~15, 엡 4:1~16, 요 14:1~14
1.
팁(tip)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식당 같은 데서 서빙 하시는 분들에게 감사 표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팁이라는 말은 어떤 일에 요긴한 도움이 되는 작은 조언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아주 오래전 제가 운전면허 따고 나서 읽었던 책이 생각납니다. 운전 전반에 관한 팁을 적혀 있습니다.
“내리막길에 주차할 때 앞바퀴를 틀어놓으십시오”. 예를 들어 오른쪽 인도를 향해 앞바퀴를 꺾어놓으면 어쩌다 주차브레이크가 풀려도 차는 인도 턱에 걸려 멈추게 됩니다. “추월할 때는 추월하고자 하는 차가 백미러에 보일 때 차선 변경을 시작하십시오”. 이렇게 하면 안전하게 추월할 수 있습니다. “밤에 한적한 시골 도로를 주행할 때는 앞에 차를 하나 보내고 그 차를 따라가십시오”. 앞차에게 미안할지라도 초보일 때는 신세를 져야 합니다. 멀리 앞차 브레이크등이 켜지면 그곳이 주의해야 할 지점이라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가끔 고속도로 타다 보면 도로공사가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졸음 깨도록 여기저기 글자를 붙여놓았습니다. 언젠가 운전하다가 인상깊은 표어를 보았습니다. ‘쫄리면 죽는다!’ 전투 구호 같아 이상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이것이었습니다. ‘졸리면 죽는다!’
요즘 도로공사에서 강조하고 있는 팁은 ‘비-트-박-스’입니다. 고속도로 주행 중 도로 위에서 갑자기 차가 멈추는 사태는 매우 긴박합니다. 추돌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때 신속히 해야 할 조치를 도로공사는 네 단계로 제시합니다.
‘비’ - “비”상등을 켜라
‘트’ - “트”렁크를 열어라(뒤에 따라오는 차들이 멀리서 발견할 수 있도록)
‘박’ - “밖”(가드레일)으로 대피하라
‘스’ - “스”마트폰으로 신고하라
2.
‘비트박스’가 우리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용한 팁인 것처럼 오늘 세 본문에도 성도들이 신앙의 길을 잘 가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팁이 들어있습니다.
첫째, 신앙적인 것에 적극적인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구약의 말씀에 엘리야 선지자와 엘리사 선지자가 나옵니다. 엘리야가 하늘로 올라가기 전, 엘리사가 엘리야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엘리야와 엘리사의 관계는 모세와 여호수아 관계에 비해 느슨했습니다. 아마 엘리야 후계자로 엘리사가 다소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이 부족함을 적극성으로 만회합니다.
길갈에서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베델에 가는 자신을 따라오지 말고 여기에 있으라고 합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엘리야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선생님을 걸고 맹세하면서 꼭 따라다닐 것이라고 다짐을 하지요. 베델까지 따라온 엘리사에게 그곳에 있는 선지자학교의 다른 제자들이 충고 합니다. 선생님의 상황이 이러니 선생님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요. 엘리사는 단호하게 자기 입장을 밝힙니다. ‘나도 알고 있다. 너희들이나 조용히 해라’. 엘리야가 여리고로 향할 때 다시 엘리사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엘리사는 따라가고, 여리고에서도 반복되는 다른 제자들의 충고에 엘리사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엘리야가 요단강으로 향할 때 또 엘리사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엘리사는 기어이 따라갑니다. 주보에 있는 구약 말씀을 함께 봉독하겠습니다.
■ 열왕기하 2:1-15 (6절, 새한글성경)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말했다. “그대는 여기에 좀 머물러 있게! 여호와께서 나를 요르단강으로 보내셨으니까.” 엘리사가 말했다.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걸고, 또 선생님의 살아 계심을 걸고 맹세합니다. 제가 선생님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들 둘은 함께 갔다.
엘리야는 요단강을 건너면서 끈질기게 따라오는 엘리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묻습니다. 엘리사는 선생님의 신앙 유산에서 두 몫(후계자)을 달라고 합니다. 엘리야는 어려운 부탁이라고 거리를 두었지만 결국 엘리사의 소망은 이루어집니다. 엘리사의 적극성이 높이 평가된 것입니다.
이런 엘리야의 모습에서 가나안 여인을 대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의도적인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주님께 매달리는 이 여인에게 참으로 믿음이 크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적극적인 마음으로 신앙의 길 가는 것, 오늘 말씀의 첫 번째 팁입니다.
둘째, 신앙적인 것에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합니다.
신앙적인 일에 적극적인 마음이 있으면 이것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늘 함께 가지는 않습니다. 마음은 있어도 의지가 약하여 행위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마음에 따른다고 여겼던 행위가 결과적으로 자신이 믿는 바를 부정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마음의 차원이 근원적이지만 행위의 차원을 별도로 신경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서신서 말씀인 에베소서에서도 이 두 가지 모두를 다룹니다. 3장까지 “믿을 것”에 대해 다룬 후 4장부터 “행할 것”을 다룹니다. 1절의 ‘그러므로’라는 접속사가 “신학과 윤리, 해설과 권면, 교리와 의무, 믿을 것(credenda)과 행할 것(agenda)을 연결하는 고리”(『두란노 HOW주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성도는 주님께 부르심을 받았다는 점을 ‘아는 것’(에베소서 전반부) 못지않게 “그 부르심에 어울리게”(1절)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주 안에서 하나가 되려고 노력해야 하고(2~6절), 주신 임무 잘 수행하고(7~12절), 교회 안에서 신앙적 성장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13-16절). 주보에 있는 구약 말씀을 함께 봉독하겠습니다.
■ 에베소서 4:1-16 (13-16절, 새한글성경)
그리하여 마침내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일과 알아 가는 일에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완전히 자라서 그리스도의 가득하심에까지 다다라야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철부지 아이여서는 안 됩니다. 온갖 가르침의 파도와 바람에 휩쓸리거나 이리저리 떠밀려 다녀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의 술수나, 속여 헤매게 하려는 계획에 따른 나쁜 꾀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하면서 모든 면에서 그분한테까지 자라 가야 합니다. 그분은 머리, 곧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에게서 온몸이 함께 어우러지고 함께 연결되어 있습니다. 받쳐 주는 관절 하나하나를 통해서요. 관절마다 각 부분에서 알맞게 역할을 함에 따라 몸이 자라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사랑 안에서 몸이 세워지게 됩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은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믿는 것”을 보조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분석철학자 레셔(N. Rescher)는 「기독교로의 긴 여정」이라는 글에서 자신의 신앙 성장에서 얻은 팁을 공유합니다. 그는 파스칼식 신앙 성장법을 소개합니다. 파스칼은 『팡세』 233번에서 하나님에 대한 증명들을 계속 확보해 가는 길 대신 정념을 줄이는 방법으로 신앙을 얻으라고 했지요.
당신은 신앙을 얻기를 원하지만 그 길은 모른다. 당신은 불신을 고치기를 원하며 그 약을 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당신처럼 한 때는 묶여 있었으나 이제는 모든 소유를 거는 사람에게 가서 배워라. 그들은 당신이 따르고 싶은 길을 알고 있고, 당신이 치유 받고 싶은 병에서 치유 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시작한 방법을 따르라. 그들은 마치 믿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을 행하며 성수를 받고 미사에 참가하는 등의 일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자연히 당신은 믿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하면 파스칼식 조언은 이런 것입니다. “신앙공동체에 가담하여 참여하라. 그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예식에 참여하며 그 의식과 예전, 그리고 친교 모임에 참여하라. 그러면 너도 그 믿음의 공동체의 일원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교회 활동”을 통한 신앙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죠.
적극적인 마음으로 시작한 신앙생활, 적극적인 활동으로 완성해 가라는 것이 오늘 말씀의 두 번째 팁니다.
셋째, 신앙적인 것에 적극적인 태도(stance, 입장)를 가져야 합니다.
이 세 번째 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씀이 히브리서 11장 6절입니다. 성도라면 견지하고 있어야 할, 적극적인 스탠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확고히 믿고, 하나님은 당신을 찾는 자들에게 상을 주신다는 것을 확고히 믿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적극적인 태도를 장착한 성도는 신앙의 길을 가면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 복음서 말씀의 예수님께서도 이러한 적극적인 태도를 강조하십니다. 주보에 있는 1절을 함께 봉독하겠습니다.
■ 요한복음 14:1-14 (1절, 새한글성경)
“그대들의 마음이 뒤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을 믿으세요! 또 나를 믿으세요!”
그리고 흔들리지 말아야 할 이유 두 가지를 말씀하십니다. (1) 예수님 자신이 진리와 생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2) 예수님의 권세에 의지하여 인생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보에 있는, 6절과 14절을 함께 봉독하겠습니다.
■ 요한복음 14:1-14 (5절, 새한글성경)
예수님이 그에게 말씀하신다. “나야말로 그 길이고 진리이고 생명입니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버지한테로 올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 요한복음 14:1-14 (14절, 새한글성경)
“내 이름을 내세워 그대들이 나에게 뭔가를 해 달라고 하면, 바로 내가 해 줄 겁니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진리와 생명의 길이라는 것을 확고히 믿는 성도는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을 갖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붙잡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에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확고히 믿는 성도는 종교 쇼핑을 하지 않습니다. (1) 구원의 길에서 (2) 하나하나 차근차근 인생 과제를 해결하여 가면서 전진합니다. 신앙적인 것에 대해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 신앙적인 것에 대해 적극적인 스탠스를 견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신앙의 길을 갈 때 요긴한 팁 세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성도 열어분들이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사실 우리들은 이미 이 팁들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살다 보면 느슨해집니다. 오늘 신앙 교훈을 통해 적극성을 회복하시고 더욱 생기있게 믿음의 길을 전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