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사 55:1-5, 눅 10:38-11:4, 요일 1:1~7
1. 영적 허기짐의 시대, 참된 배부름을 찾아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평안하셨습니까?
10월의 첫 주일입니다. 가을 스치는 바람이 참 상쾌합니다. 창조주 하나님의 은혜가 성도 여러분의 삶에 가득하기를 축복합니다.
요즘 TV나 스마트폰을 켜면 소위 ‘먹방‘ 프로그램이 많이 나옵니다. 전국 맛집을 찾아다닙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하나님이 주신 큰 복입니다.
그런데 성도 여러분, 재미있는 경험 있으시지요? 유명한 맛집에서 줄을 서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합니다. 몸은 배부른데, 영혼은 여전히 배가 고픈 느낌입니다.
현대인들은 참 열심히 소비하며 삽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쇼핑을 합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돌아서면 마음이 다시 쓸쓸해집니다. 마음의 외로움과 허무함은 세상 물건으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쓰면 애쓸수록 피곤함만 쌓입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지쳐 넘어집니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영혼은 바짝 말라갑니다. 영혼을 살리는 참된 양식을 먹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온 세계 교회가 주님의 몸과 피를 나누는 '세계성만찬주일'입니다. 동시에 나라를 지키는 청년들을 위해 기도하는 '군선교주일'이기도 합니다.
차가운 세상의 계산대에서 지친 우리를 향해 하나님은 초대장을 내밀어 주십니다. 낯선 내무반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청년 장병들에게도 동일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이 아닌 것을 위해 돈을 쓰며, 배부르게 못할 것을 위해 수고하느냐?"
세상은 끊임없이 영수증을 내밀고 계산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삼위일체 하나님은 계산서가 없는 따뜻한 은혜의 식탁을 차려놓으셨습니다.
오늘 선포되는 말씀 속에서 주님이 주시는 참된 양식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지친 영혼이 살아나고 참된 평안을 누리는 복된 주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 삼위일체 하나님의 초대, 성취, 그리고 사귐
오늘 우리에게 주신 세 본문은 '하나님의 식탁'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1) 구약 (이사야 55:1-5): 하나님의 약속 — 값없이 베푸시는 은혜의 초대
이사야 선지자는 바빌론 포로생활로 지쳐있는 백성들을 향해 외칩니다. 1절은 "오호라!"라는 외침으로 시작합니다. 히브리어 원어로 '호(הוֹי)'입니다.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기쁨의 탄성입니다.
"너희 모든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 와서 사 먹되, 돈 없이 값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
고대 근동 광야에서 물과 포도주, 젖은 생명 그 자체였습니다. 포로지에서 돈도 없고 힘도 없는 백성들에게 이것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상한 거래를 제안하십니다. "돈 없이, 값없이 사 먹어라!"
어떻게 공짜로 살 수 있습니까? 이미 창조주 하나님께서 그 값을 다 치르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다윗에게 약속하셨던 '확실한 은혜(헤세드)'를 기억하십니다. 우리의 자격이나 공로가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의 신실하신 사랑으로 차려진 식탁입니다. 이것이 구약에 약속된 은혜의 식탁입니다.
2) 복음서 (누가복음 10:38-11:4): 약속의 성취 — 주님이 차리신 생명의 식탁
이사야가 예언했던 그 값없는 식탁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됩니다.
예수님이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들어가셨습니다. 언니 마르다는 손님 대접을 준비하느라 마음이 분주했습니다. 40절의 "마음이 분주한지라"에서 '분주하다'는 헬라어로 '페리에스파토(περιεσπᾶτο)'입니다. '사방으로 사정없이 끌려다니다', '마음이 조각나다'라는 뜻입니다. 대접하려다 마음의 평안을 잃어버렸습니다.
반면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들었습니다. 마르다가 불평하자 예수님은 따뜻하게 말씀하십니다.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 한 가지만으로 족하다.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여기서 '좋은 편'은 헬라어로 '아가테 메리스(ἀγαθὴ meris)'입니다. 식탁에서 나누어지는 '최상의 몫, 최고의 영적 양식'을 뜻합니다. 식탁의 진짜 주인은 음식을 차리던 마르다가 아니라, 생명의 말씀을 나누어 주시는 예수님이셨습니다.
이어지는 11장에서 예수님은 기도문으로 가르쳐 주십니다.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예수님은 우리 일상의 빵과 영혼의 양식을 주시는 생명의 주님이십니다. 이사야가 약속한 '값없는 양식'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3) 서신서 (요한일서 1:1-7): 교회의 실천 — 빛 가운데 누리는 거룩한 사귐
복음서에서 성취된 은혜의 식탁은 이제 서신서에서 교회의 일상적 사귐으로 확장됩니다.
사도 요한은 고백합니다.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손으로 만진 바라." 예수님은 관념이나 이상이 아닙니다. 이 땅에 직접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실체이십니다.
요한이 복음을 전하는 목적은 3절에 나옵니다.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
'사귐'은 그 유명한 헬라어 '코이노니아(κοινωνία)'입니다.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닙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누리시는 거룩한 생명과 사랑에 우리가 참예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계성만찬에서 떡과 잔을 받는 것은 위대한 고백입니다. 어둠을 벗어버리고 빛 가운데 거하며, 삼위 하나님 그리고 교우들과 거룩한 생명의 사귐을 살아가겠다는 성육신적 결단입니다.
3. 오늘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핵심 메시지 3가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1) 하나님은 우리의 조건을 묻지 않고, 값없는 은혜의 식탁으로 부르십니다.
세상의 식탁은 엄격합니다. 지갑에 돈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 신분이나 자격이 있어야 대접받습니다. 세상은 늘 묻습니다. "너는 그럴 자격이 있느냐?"
그러나 하나님은 다릅니다. "목마른 자들아, 돈 없는 자도 오라!"고 부르십니다. 우리가 완벽해서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봉사를 많이 해서 부르신 것도 아닙니다. 지치고 주린 모습 그대로 나오는 자에게 무조건적인 은혜를 베푸십니다.
오늘 세계성만찬주일을 맞이하며 기억하십시오. 내가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있는 모습 그대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 장병 청년들에게도 이 은혜가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이 값없는 사랑을 만날 때 방황을 끝내고 삶의 목적을 발견합니다. 주님이 차려주신 값없는 은혜의 식탁으로 담대히 나아가십시오.
2) 분주함을 내려놓고, 예수님의 발치에서 진짜 양식을 먹어야 합니다.
우리는 마르다처럼 좋은 뜻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지칠 때가 많습니다. 봉사하다 상처받고, 가정에서 수고하다 불평이 터집니다. 마음이 사방으로 사정없이 끌려다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선순위를 일깨워 주십니다. 일하기 전에 먼저 주님 발치에 앉아야 합니다. 은혜를 공급받아야 합니다. 마리아처럼 주님 말씀을 듣는 '좋은 편'을 선택해야 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으로 배부르지 않으면 타인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세상의 근심으로 마음이 산산조각 나지 않도록, 매일 말씀 앞에 앉는 거룩한 정지 작업을 시작하십시오. 주님의 발치에서 먹는 생명의 말씀만이 우리를 살립니다.
3) 주님의 식탁을 경험한 우리는, 빛 가운데서 거룩한 사귐을 누려야 합니다.
참된 신앙은 나 혼자 신령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도 요한은 복음의 목적이 '코이노니아', 즉 하나님과의 깊은 사귐이며 성도 간의 사귐이라고 선포합니다.
성만찬의 떡과 잔을 모시는 것은 예수님의 생명이 내 안에 들어왔음을 고백하는 일입니다. 그 생명이 있다면 우리는 빛 가운데 거해야 합니다. 어둠의 죄악과 미움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슬픔을 함께 나누는 거룩한 사귐이 일어나야 합니다. 성만찬의 떡을 나누는 오늘, 차가운 벽을 허물고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따뜻한 연합을 누리기를 소망합니다.
4. 일상 속에서 은혜의 식탁을 누리는 삶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하나님은 오늘 우리를 값없는 은혜의 식탁으로 초청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친히 참된 양식이 되어 주셨습니다. 성령님은 우리를 거룩한 빛의 사귐으로 인도하십니다. 이제 이 은혜를 일상에서 어떻게 누리며 살 수 있을까요?
첫째, 매일 일상에서 10분간 '마리아의 시간'을 가집시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마음이 끌려다니지 않도록 결단합시다. 하루 10분, 스마트폰과 TV를 끄고 주님 발치에 앉읍시다. 말씀을 나직이 읽고 기도합시다. 이 짧은 시간이 세상이 줄 수 없는 영혼의 진짜 양식이 됩니다.
둘째, 우리의 식탁을 축복과 평화의 식탁으로 만듭시다.
성만찬의 은혜를 입은 자답게 빛 가운데 거합시다. 가정과 교회에서 식사하고 대화할 때, 비난과 지적의 말을 내려놓읍시다. 대신 따뜻한 격려와 축복의 언어를 식탁에 올립시다.
이번 한 주간,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빛 가운데서 따뜻한 코이노니아를 이어가는 복된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공동 기도문]
"우리를 값없는 생명의 식탁으로 초청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 아버지, 참 감사합니다.
지나간 삶 속에서 양식 아닌 것을 위해 수고하고, 세상의 것으로 영혼의 허기를 채우려 했던 어리석음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내 힘으로 살려다 마음이 피곤하고 조각났던 우리를 은혜의 품으로 안아주옵소서.
오늘 세계성만찬주일을 맞아, 십자가에서 흘리신 주님의 보혈을 묵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된 양식이 되어주셨음을 믿사오니, 매일 주님 발치에 앉아 말씀의 신선한 떡을 먹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가 어둠을 벗어버리고 빛 가운데 거하게 하시고, 성도 간에 거룩한 코이노니아가 깊어지게 하옵소서. 특별히 군선교주일을 맞아, 나라를 지키는 청년 장병들에게도 주님의 은혜와 평강이 임하게 하옵소서.
이번 한 주간도 주님이 베푸신 식탁에서 힘을 얻어, 세상을 향해 따뜻한 사랑을 전하며 살아가게 하옵소서. 우리를 살리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