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눅2:22-35, 출1:15-2:10, 딤후 1:3-14
1) 2020년 마지막 송년주일
2020년 마지막 송년주일입니다. 2020년은 아마도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했을 것입니다. 금년 1월에 시작된 코로나 사태가 1년 내내 계속되면서 모두 전전긍긍하면서 생활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몇 주 혹은 한두 달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1년이 다된 지금도 그 위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들도 이 상황에서 판단을 바르게 못하여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교회의 문은 거의 닫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함께 모여 예배드리지 못하고 교회의 주요한 기능인 친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비대면 예배’라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또 계속해서 교회 모임에서 확진자들이 나오면서 교회가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 구실을 못하고 ‘말 아래 둔 등불’, ‘길가에 버려져 밟히는 맛을 잃은 소금’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교회를 위해 헌신하며 묵묵히 섬겼던 많은 사람들의 수고를 아무 것도 아닌 ‘무위(無爲)’로 돌려버렸습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이러한 모든 어려웠고 힘들었던 일들마저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환난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고 세상이 뭐라고 해도 흔들릴 수 없는 믿음이 있음을 확인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어려움을 통해서 배운 바가 너무 크고 많았습니다. 다시금 우리를 성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감사합시다. 좋은 일들만 감사할 것이 아니고, 어렵고 힘들었던 일들도 결국은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알고 감사합시다.
2) 모세의 출생과 하나님의 섭리
세상에는 주인공만 있는 것이 아니고 조연들도 있어야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다 주인공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살이는 혼자서 하는 모노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과 함께 좋은 조역(助役)들이 필요합니다.
오늘 세 본문은 모두 아름다운 조연들의 역할을 통해 주인공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출애굽기 본문은 모세의 출생에 관한 말씀입니다. 히브리 노예들이 번성하게 되자 애굽왕 바로는 산파 십브라와 부아에게 명령을 내려 히브리 여인들이 해산을 하게 될 때 사내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들은 바로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왕의 명령을 어기고 사내아이들을 살려 주었습니다. 산파들은 히브리 여인들은 건강해서 산파들이 이르기 전에 여인들이 아이를 낳아버렸다는 말로 둘러대며 생명들을 살려주었습니다. 바로는 더욱 엄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히브리 사람들은 아들들이 태어나면 그 사내아이들을 죽이라고 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모세가 태어났을 때 모세의 어머니는 석 달 동안을 숨겨 기르다가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갈대 상자를 만들고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여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한 후 나일 강가 갈대 숲 사이에 숨겼습니다. 그런데 마침 바로의 딸이 목욕하러 나일 강에 나왔다가 그 상자를 발견하고 그 아이가 히브리인의 아이인 것을 알고서도 그 아이를 데려다가 기르게 되는데 모세의 누이였던 미리암이 그 어미를 유모로 데려와서 기르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킨 지도자 모세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출애굽 사건을 보면서 모세를 영웅처럼 여기지만 그 영웅 모세에게는 그를 도왔던 많은 조력자 곧 조연(助演)들인 산파 십브라와 부아,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과 누이 미리암 그리고 바로의 공주까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하나님께서 그러한 조연들을 내세워 모세라는 해방 투쟁의 영웅을 만든 것입니다.
3) 바울의 훌륭한 조력자 디모데
또 디모데후서 1장 본문도 바울 사도의 훌륭한 조력자인 디모데의 믿음을 칭찬하며 디모데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사명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당부하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이 때 로마의 감옥에 갇혀 있어서 곧 다가올 죽음을 예감하고 디모데를 그의 대역자(代役者)로 세우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냅니다. 12, 13절에서 “또한 내가 의탁한 것을 그가 능히 지키실 것을 확신하노라. 너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으로써 내게 들은 바 바른 말을 본받아 지키고”라고 합니다. 이는 바울은 주께서 다시 재림하실 때까지 자신의 구원이나 사역 전체를 지켜주실 것을 신실하게 믿고 있으며 디모데에게도 이와 같은 확신을 기대하고 그렇게 교회를 섬겨줄 것을 당부하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에게 디모데나 디도, 누가, 두기고 그리고 실라와 같은 훌륭한 많은 조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 역사 상 가장 훌륭한 선교사요 목사인 바울 사도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디모데는 가장 뛰어난 바울의 조력자였습니다. 디모데는 사도행전, 로마서, 고린도전후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데살로니가전후서, 빌레몬서, 히브리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울은 디모데를 비서 겸 조력자로 삼았습니다(행16:1-4). 바울은 디모데를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동역자였습니다. 그는 바울의 하나님나라 복음사역을 돕는 훌륭한 조연이었습니다.
4) 아기 예수님을 높인 시므온
누가복음 본문 2장 본문은 예수님이 할례를 받고나서 정결예식을 위해 성전에 갔을 때 시므온이라는 노인이 나와서 예수님의 일행을 보고 하나님께 찬양으로 영광을 돌린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므온은 죽기 전에 그리스도를 볼 것이라는 성령님의 지시를 받아 경건하게 살며 주님을 기다렸는데 성전에서 예수님을 만나 찬양과 경배를 드렸습니다. 만일 그가 아니었다면 예수님의 성전 정결예식은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았을 것인데 시므온이 기다렸다가 예수님을 찬양하고 높임으로 예수님이 메시아로서의 위상이 잘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만난 것을 감사하며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이방을 비추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니이다”며 찬양했습니다.
시므온은 그가 나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어린 아기 예수님 앞에 겸손하게 예(禮)를 갖추어서 경배하고 찬양함으로 예수님을 높이는 훌륭한 조연자(助演者)가 되었습니다. 조연은 주인공을 드러내는 사명이 있는데 시므온은 바로 예수님을 충분히 드러낸 충실하고 아름다운 조연자였습니다.
5) 맺음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주의할 것은 우리가 신앙에서 주인공이 아니고 조연(助演)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드러나고 높임을 받는 주인공이 아니고 우리는 오직 예수님을 드러내고 높이는 조연으로 머물러야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명심해야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경우 우리가 주인공이 되어버려서 예수님은 온 데 간 데 없게 돼버린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조연은 주인공을 드러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입니다. 절대로 주인공 앞에 서거나 주인공 보다 많이 드러나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 교회생활 속에서는 주님보다 자기를 더 드러내려는 많은 직분자들이 있습니다. 성경에서 정말 위대한 조연은 세례 요한입니다. 예수님이 오셔서 가르치시기 시작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세례요한 보다 예수님께 많이 몰려갔을 때 세례요한의 제자들이 그에게 이를 섭섭하게 말할 때 그는 “나는 아니라”고 말하며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고 겸손하게 예수님을 높이며 자신을 낮추는 정말 아름다운 모습을 보입니다. 또 세례 요한은 자신이 먼저 사역을 시작한 선배이지만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주님을 높였습니다. 주님을 드러내는 것이 그의 사명이고 세례요한은 이를 잘 감당했습니다.
우리는 나를 드러내고 주님을 감추지는 않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주님을 높이고 주님을 드러내는 주님의 조연자(助演者)들이 됩시다. 우리교회 모든 성도님들 모두 힘들었던 지난 한 해 주님의 조연자들이 된 것을 감사하고 새해에도 주님을 높이는 조연의 역할을 겸손하고 성실하게 하나님나라의 사역을 잘 감당합시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이 우리를 더욱 사랑해 주실 것입니다.